유빈이 르엔터를 설립한 지 3년이 지났다. 당시 "새로운 걸 알고 싶었고 제대로 알아야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던 유빈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을 얻었고 가능성을 봤다. /정병근 기자
2020년 1월 15일, 유빈은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 JYP에서 나왔다. 2007년 원더걸스 멤버로 합류해 'Tell me(텔 미)', 'So Hot(쏘 핫)', 'Nobody(노바디)' 등으로 원더걸스 신드롬을 일으켰고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 계약을 연장하며 JYP와 13년 인연을 이어 왔지만, 든든한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해 2월 10일, 르(rrr)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2월 10일은 유빈의 뿌리인 원더걸스 데뷔일이다. 13년 이 지나 새 출발을 하면서 그 시작점인 회사 설립일을 그날로 맞췄다. 회사명 르(rrr)는 '리얼 레코그나이즈 리얼(real recognize real)'의 줄임말이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는 의미다.
"JYP에 있으면서 편했지만 안주하는 느낌도 들었다. 새로운 걸 알고 싶었고 다른 분들이 하는 일이 궁금했다. 제대로 알아야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꾸민다고 되는 게 아니고 진짜로 즐거워야 하고 진짜로 행복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자연스럽고 진짜 자기를 느낄 수 있고 또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유빈이 르엔터를 설립한 뒤 기자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이후 유빈과 르엔터는 열심히 달렸고 지난 10일 3주년을 맞았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여자 연예인이 엔터사를 설립해 CEO와 플레이어를 겸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아직 규모가 작고 힘겹지만 유의미한 길을 가고 있는 유빈과 르엔터는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르엔터는 CEO이자 플레이어인 유빈으로 시작해 여러 신인 배우들을 영입했다. 유빈은 패션 브랜드 데비어퍼도 론칭했다. 아직 규모가 작고 힘겹지만 유의미한 길을 가고 있는 유빈과 르엔터다. /정병근 기자
유빈은 르엔터 CEO이자 1호 연예인이고 그 다음은 원더걸스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혜림이다. 혜림은 르엔터에 새 둥지를 틀고 신민철과 결혼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신민철도 그해 7월 르엔터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르엔터는 2021년 9월 설립 1년 7개월 만에 공유 오피스에서 단독 사무실로 이사했다.
2022년은 르엔터에 식구들이 늘어난 해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나 코미디언, 아나운서, 유튜버 등 다양한 분야의 분들과도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던 유빈은 배우 이세호, 김현치, 박주연, 가수 소이에를 영입하며 매니지먼트 영역을 넓혔다. 유명세보다는 시작부터 함께 만들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식구들이었다.
유빈은 "대화가 서로 잘 통했다. 서로 꿈에 대해 바라보는 자세가 비슷했기에 함께 도우며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멋진 분들과 함께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유빈은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신인 배우들을 영입했고 이세로가 영화 '범죄도시3'에 캐스팅된 것을 비롯해 드라마, OTT, 영화 등 10여개의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는 뜻깊은 성과를 이뤄냈다. 본인 역시 '넵넵'과 '향수'를 발표한 것을 비롯해 다양한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데비어퍼(Debby upper)도 론칭했다.
직원은 10여 명으로 늘었고 2022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배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3년 전 "새로 태어난 것 같다"던 유빈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을 얻었고 가능성을 봤다.
유빈은 "벌써 3년이 훌쩍 기나갔다니 감회가 새롭고 늘 앞으로 펼쳐질 1년이 기대된다. 아티스트 분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일하는 곳이고 싶다. 즐겁게 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병근 기자
'CEO로서 지난 3년이 어땠냐'는 질문에 유빈은 곧바로 "당연히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혼자가 아니었고 도와주시는 동료 분들 덕분에 3년간 잘 버틸 수 있었다. 언제나 도전이라는 것에 용기 있게 임해 왔고 하고 싶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뿐이다"고 돌아봤다.
또 "이제서야 조금씩 걸음마를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 시작한 것 같다. 많이 배우고 성장해야 하지만 처음보다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많이 단단해진 것 같다"며 "함께 좋아하는 것들을 즐겁게 만들고 이루어 나가는 놀이터이고 싶다. 올해엔 소속 아티스트 분들이 더 뻗어 나아가는 한해였으면 좋겠다. 당연히 데비어퍼도"라고 말하며 웃었다.
데비어퍼는 '기분을 좋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유빈은 도시적인 따뜻함과 트렌디한 감성이 공존하는 아이템을 내놓고 있고 2030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온라인 판매 매출이 급속도로 늘고 있고 더현대 서울을 포함해 다섯 곳의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는 등 1년여 만에 급성장했다.
3년 동안 값진 경험을 한 유빈은 김민선 공동대표와 직원들 그리고 아티스트들과 함께 올해 르엔터와 데비어퍼의 더 큰 도약을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유빈은 "저도 활동을 하고 있다 보니 더 바쁜데 김민선 대표님과 직원 분들이 밸런스를 잘 유지할 수 있게 서포트를 많이 해주신다. 혼자였다면 절대 못했다"며 "벌써 3년이 훌쩍 기나갔다니 감회가 새롭고 늘 앞으로 펼쳐질 1년이 기대된다. 아티스트 분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일하는 곳이고 싶다. 즐겁게 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계속>
르엔터 CEO 유빈은 식구로 맞은 아티스트들에 대해 "대화가 서로 잘 통했다. 서로 꿈에 대해 바라보는 자세가 비슷했기에 함께 도우며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르엔터 제공
2020년 2월 10일 르(rrr)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유빈은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나 코미디언, 아나운서, 유튜버 등 다양한 분야의 분들과도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싱어송라이터 뿐만 아니라 여러 신인 배우들을 영입했다. 패션 브랜드 데비어퍼(Debby upper)를 론칭하면서 본인의 영역을 더 넓혔다.
유빈은 한식구로 맞은 아티스트들에 대해 "대화가 서로 잘 통했다. 서로 꿈에 대해 바라보는 자세가 비슷했기에 함께 도우며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멋진 분들과 함께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럼 배우들 그리고 직원들이 바라본 CEO 유빈의 모습은 어떨까.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세호 "무서울 것 같았는데 순수한 분"
2016년 영화 '양치기들'로 데뷔한 이세호는 영화 '스웰링', 왓챠 '팽', 넷플릭스 '킹덤 : 아신전', KBS '화랑',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2018년 히트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연극판에 출연해 현실적인 설정과 감성으로 청춘들의 공감을 얻었다. 영화 '범죄도시3'에 캐스팅돼 촬영을 마쳤다.
"르엔터는 저 뿐만 아니라 소속 아티스트들 모두에게 세심히 신경쓰는 게 느껴진다. 공적인 부분부터 사적인 부분까지.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마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항상 얘기를 들어주고 제 질문에 덧붙여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잘 끌어준다. 유빈 대표님에게 따로 바라는 건 없고 회사의 수장이면서 동시에 아티스트이다 보니 가끔 체력적으로 힘드실 텐데 항상 건강 잘 챙기셨으면 좋겠다"
"학창시절 제 또래 친구들 모두 원더걸스의 팬이었고 그중 가장 멋지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의 유빈 대표님을 유독 좋아했다. 과묵할 것 같기도 하고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다(웃음). 이제 한 식구가 돼서 보다 보니 참 순수하고 인간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다. '범죄도시3' 촬영할 때 대표님들이 응원차 마카롱도 보내주시고, 끝나고 쫑파티 때까지도 저를 응원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와서 인사도 해주시고, 말이 쉽지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다고 느꼈다"
르엔터 소속 배우 이세호는 "'범죄도시3' 촹영 끝나고 쫑파티 때까지도 저를 응원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와서 인사도 해주시고, 말이 쉽지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박주연은 "방송에서 본 유빈은 쎈언니 느낌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털털하고 귀여운 매력이 있더라"고 말했다. /르엔터 제공
박주연 "쎈언니 느낌이었는데 귀여운 매력"
2015년 KBS '징비록'으로 데뷔한 박주연은 tvN '칠전팔기 구해라', MBC '아름다운 당신', 영화 '미옥', '지금 이순간', '라스트 컷' 등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르엔터는 가족 같은 마음으로 항상 따뜻하게 챙겨주는 게 좋다. 늘 어떤 상황 속에도 저를 믿어 주고 고민이 있을 때도 제 입장에서 같이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빈 대표님은 너무 너무 잘 해주시지만 너무 바쁘셔서 자주 보기는 힘들다. 좀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지금 '골때녀'를 촬영 중이신데 늘 다치지 않게 건강하게 촬영하셨으면 좋겠다"
"유빈 대표님은 방송에서는 프로페셔널하고 다가가기 힘든, 시크하고 차가운 이미지, 약간 쎈언니 느낌이었다. 그런데 겪어 보니 실제로는 털털하고 귀여운 매력을 가지고 계시더라. 인간미 넘치는 순수한 모습이 있어서 좋다"
CEO 유빈에 대해 르엔터 직원들은 "호탕하게 웃을 때 친누나 생각이 난다", "상당히 쾌활하고 엉뚱한 점도 있다", "연예인 유빈도 호감이지만 CEO 유빈은 더 호감이다"고 말했다. /정병근 기자
유빈 매니저 김세연 "호탕하게 웃을 때 친누나 생각나"
"일하는 환경이 참 중요한데 르엔터는 편한 분위기 속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점이 좋다. 매니저로서 내가 좋은 사람이 돼야 아티스트를 케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도 더 좋은 직원이 되도록 노력할 만큼 좋은 회사다"
"원더걸스는 학창시절 여학생들 장기자랑에 빠지지 않을 만큼 유명했다. 방송에서 보던 유빈은 '걸크러시', '털털함' 같은 조금 강인한 인상으로 내게 남아 있었다. 같이 다니면서 겪은 유빈은 상당히 쾌활하고, 가끔 엉뚱한 점도 있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위로 누나가 있는데 호탕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친누나가 생각난다. 르엔터 대표로서는 또 다른 사람을 마주하듯 진중하고 회사를 위해 정말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르엔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데비어퍼 허정 실장 "연예인 유빈보다 CEO 유빈 더 호감"
"다양한 의견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이 용이한 점이 좋다. 딱 지금만 같으면 좋겠다. 건강을 좀 더 챙기면 좋겠다. 다양한 활동, 새로운 도전 항상 응원한다. 연예인 유빈도 호감이지만 CEO 유빈은 더욱 더 호감인 것 같다. 프로패셔널하지만 인간적인 면도 함께 갖고 있는 CEO다. 권위적이기보다는 직원들의 입장에서 공감해주는 새로운 시대에서 지향해야 할 CEO라고 생각한다" <끝>